이제 만 5년 11개월에 써보는 6년간의 기록이다.
이때까지는 내 이야기를 쓰는 게 뭔가 쑥스럽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내가 겪었던 소중한 경험들을 남겨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
벌써 6년이라니 사실 실감이 안나...헝헝
 

NO. 이제 만 나이 30

세월이 야속하게도 벌써 주니어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중니어가 되었다.
첫 회사에서 그렇게 빨리 2년, 3년이 가서 쪼랩이 아닌 경력직 개발자가 되고 싶었었는데
가면 갈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붙잡고 싶다.. 가지마ㅜ

 

개발자로 전향하다

요즘 많이 학원 혹은 부트캠프 출신의 개발자가 많아졌다.
나도 그중에 한 명으로 시작했다.
내가 등록한 학원은 총 7개월 과정이었는데 사실상 과정 시작 전 1개월 간은 학원에서
제공해 준 자바 기초 강의를 선수로 들어야 해서 8개월 정도 했고 수료 후에도 부족한 CS지식에 대해 한 달 정도 공부를 했다.
 
결과적으로 처음 개발자로 전향하기까지 준비 기간은 약 9개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안타까운 건 아직까지도 학원 출신 개발자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보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 벽을 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가장 본받고 싶은 개발자는 인프랩 CTO로 계시는 이동욱 님이다.
딱 3년 전 그분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언젠가는 나도 저런 개발자가 되어야지라고 다짐했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멀게 느껴진다. 더 열심히 해야지..!

할수있다 악!

사실 배움이란 건 결국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도 꾸준히 봐왔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어도 누구는 유명 대학을 가고 누구는 그와는 다른 길을 간다.
학원을 다니더라도 결국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끝까지 수료를 할 수 없다.
운이 좋아 취업을 하더라도 그 분야에선 오래 일하지 못한다.

네 전 죽기살기로 해보겠어요.

내가 다닐 당시에는 학원 커리큘럼이 꽤나 빡빡해서 나와 우리 팀원들은 매일 나머지 공부를 했었다.
남들 몇 년 배울거 압축해서 배우려니 얼마나 빡빡한 스케줄이었겠나.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에 매일 내주는 과제와 강의 내용 복습을 하다 보면 꼬박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이해가 될 때까지 보고 또 보고..
정말 감사한 일은 내 주변에는 전공자 친구들이 많아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었던 적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파이널 프로젝트 때는 프로젝트 관련 이슈가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서
꿈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꿈을 꿨었다. (물론 이건 지금도.. 직업병의 시작..)
어느 날은 집 가는 버스에서 갑자기 번뜩 해결책이 생각나 노트북을 꺼내고 투닥투닥하기도 했었다.
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해 보면 귀엽던 시절이지만 그립기도 하네.. 세월아..~!
 
나름 힘든 9개월을 보냈지만 남들은 2년, 4년 전공한 분들도 있으니
결과적으로 나는 이론 지식은 빈약한 채로 실무에 투입된 셈이다.
그래도 나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나를 선택해 준 회사에게 성과로 혼쭐을 내리라!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개발자로 처음 취업하다.

실제 취업의 벽은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가뜩이나 신입 채용은 안 하는데, 게다가 학원출신에 비전공 개발자를 선호할리는 만무하지..
같이 학원 다닌 전공자 친구들은 다 대기업을 준비했고
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일단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서 실력을 쌓는 걸 목표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력서 100개 넘게 넣었는데 딱 7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비전공자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별의별 회사가 많았다.
연봉 1900만 원 준다는 곳, 퇴직금 포함이라는 곳.. 등등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2017년에 1900만 원 준다는 건 너무 했잖아..ㅠ
2400만 원이 목표였는데 한참 덜 준다는 곳이 대부분이라 좌절 또 좌절했다.
이것도 욕심이었을까ㅠㅠ!
 

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

그래도 면접 본 곳 중 제일가고 싶었던 게 첫 회사였다.
면접 날에 다대다 면접이었고 다들 대답을 잘해서 주눅 들어 있었는데
내가 합격했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추후에 팀장님께 왜 저를 뽑으셨어요?라고 여쭤봤었는데
같이 면접 본 네 사람 중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을 보면서 듣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고 했었다.
경청할 수 있는 사람(말 잘듣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뽑으셨다고 한다.
나는 정말 별생각 없이 그렇게 했고? 사실 그랬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래도 그날 운이 좋았던 것 같다ㅋㅋㅋ!

역시 인생은 운칠기삼

 
첫 회사에서 내가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LGU+멤버스 프로젝트였다.
잘 나가는 통신 3사의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자도 500만 명 정도의 서비스였다.
이렇게 말하면 오~ 유플러스 취업했구나~ 할 텐데 당연! 아니다.
유플러스분들은 개발 업체 관리만 했고 개발은 보통 외주 업체가 한다.
나는 중소기업 SI 업체로 입사했고 운이 좋게도 대기업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그때 당시는 학원에서 SI, SM, 솔루션 어쩌고 듣긴 들었지만 뭔지 잘 몰랐다.
 
입사 2개월 후부터는 용산에 있는 유플러스 근처로 파견을 나가게 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때는 짧을 것 같았는데 무려 9개월 간의 대장정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말로만 듣던 열악한 업무 환경이었다. 옆 사람과의 간격이 거의 없었다.
남자친구랑도 그렇게는 안 붙어 있을 것 같은데ㅠㅠ
그래도 그때는 그저 파견수당 나와서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는게 약이다. 삐약.

나의 첫 회사 생활은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야근도 많이 하게 됐고 실무를 하면서 점점 CS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이건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하나씩 생기는 데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료구조부터 네트워크, 컴퓨터 구조, 데이터 베이스 등등 찾아보고 공부하게 된다.
사실 학원만 다니고 취업하고 끝이 아니라 업무와 동시에 뒤쳐진 기본 이론 공부도 시작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만 바뀐 것이지 어차피 전공자와 비슷한 테크 트리로 공부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전공이라도 해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이때 문득 들었다.
 
 
그래도 생각을 전환해 보면, 나는 디자인적 감각까지 겸비한 예대출신 개발자잖아?!!
그래 나쁘지 않아. 

나는 더 많은 걸 경험한 거라구요!

 
프로젝트 오픈 전후로는 사수까지 퇴사하면서 정말 정말 힘들었다.
오픈 전 프리랜서 계약 종료로 프리랜서 분들이 하던 업무를 떠맡고,
사수도 없고 책임님과 나 둘 뿐이었다..
오픈 날 터진 서버에 난생 처음 병풍이란 걸 당해봤다.
담당자 다 소환에 우리 회사 이사님까지 소환..ㅠㅠ

나는 이때 고객사에서는 4년차 개발자로 아시고 계셨지만(보통 SI는 경력뻥튀기를 하기에)
정작 만 1년도 안 된 쪼래비였는데 다들 뒤에서 어떻게 해보라고 하셔서 멘붕의 연속이었다.
아마 그 분들은 이 사람 연차에 비해 왜 이모양 이꼴이야?라고 하셨겠지만
일부러 속인건 아니고 회사가 속였어요..ㅠ
 
아무튼 서버장애로 책임님과 내가 발동동거리며 식은땀을 어찌나 흘렸었는지
결국은 아주 허무하게 해결했지만 하나의 값비싼 경험이 되었다.

서비스 배포 날 맛 본 병풍...살려만 주신다면..

 
오픈 후에도 통계데이터 맞추느라 정말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진짜 너무 힘들다고 느꼈던 건 일이 너무 많아서 새벽 3시에 퇴근해도 사람이 없어서 (책임님과 나뿐..)
다음 날 9시 출근을 해야 했다. 정말 잠이 부족했다ㅠㅜㅜ 이런 생활이 한 달 넘게 반복되다 보니
아무이유 없이 여기저기가 아프더라. 삭신이 쑤신다는게 뭔지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쥐어짜 내지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이거 버티면 어딜 가서도 뭐든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잠들었다.
신기했던 건 그 5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 서버와 관리자 사이트를
나와 책임님 단 둘이 오픈하고 운영한다는 것.. 그게 어떻게든 된다는 것..  
 

이거 정말 힘들었어ㅜㅜ 관리자 사이트 통계도 엉망이었어.. 맞추느라 힘들었어 But 결국 해냈찌

 
 
그렇게 1년은 정말x100 힘들게 보냈던 것 같다. 
6년 동안 회사 생활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시절이 인생 최고의 업무량이었다. 
그 덕분일까 해당 프로젝트에서 거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작업이 없었고, 그래서 해당 프로젝트에 더 애정이 갔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실제 우리 가족들이 사용하고, 편의점에서도 멤버십 카드 쓰는 사람을 볼 때면
그 서버 제가 만들었어요!! 그 기능 제가 만들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정말 공들여 만든 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것.
그 기쁨과 뿌듯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나 정말 넘 멋쩡!

 
낮은 연차임에도 프로젝트 때마다 꾸준히 잘 해내는 모습에 회사에서도 꽤나 인정 받게되었다.
역시 옛 선조분들이 남긴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고생 끝엔 낙이 오는 법.
그때는 DB 테이블 개수랑 어마어마한 쿼리 길이  보고 원래 실무엔 다 이 정도구나 했었는데
이직해 보니 웬걸.. 내가 경험한 첫 프로젝트가 어마무시 했던 거였다.
(물론 대국민 서비스는 더 엄청나겠지만..)
 
그렇게 오픈 후 커다란 프로젝트 몇 개(Java 버전 업그레이드, DB 버전 업그레이드, DB SQL구조 개선) 등등
거치고 나니 2년 경력이 되어있었고 3년 차에 비로소 서비스가 안정화에 들어서게 되었다.
정말 정신없이 보낸 개발자로서의 첫 2년.
정말 나뭇가지 하나 들고 전쟁터에 입성했는데 그래도 살아 돌아온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3년 차에 들어서면서 앞으로 나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가 아니라 앞으로의 앞 날을..

대부분의 프로젝트 일정이 타이트했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건 실무에 적용할 수가 없어서
요즘 트렌드에 많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다른 개발자분들과도 소통하고, 현재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개발자 컨퍼런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때마침 스프링캠프에서 자원봉사자를 뽑고 있었고
또 운이 좋게도 그때 자원봉사자로 선정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행사가 열릴 때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있다.
 
 
그렇게 다른 분들과 소통하고,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갈증이 반짝 해소되었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개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자기 주도적으로 개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런 의견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회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첫 이직에 도전하게 되었고 그때 당시 목표 회사는 솔루션 혹은 서비스 개발을 하는 회사였다.

자야겠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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